차가운 피(김성수 작)- 아내 독백
그녀는 의자에 퍼질러 앉아 운다.
아내 ; 당신, 내 남편이라고 회사에 떳떳히 얘기할 수 있어 ? 행복하게 해주겠
다구 ? 벗듯이 살자구 ? 이게 번듯이 사는 거야 ? 어디 시내에서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면서 숨어지낸 게 벌써 2년이라구. 난, 내 애만은 남부럽지 않게 떳떳이
키울 거야. 똥싼 바지, 김치 깍두기 소리 안 듣게 키울 거라구.
일어선 아내의 눈엔 광기.
아내 ; 나, 얼마나 이 악물고 버텨왔는지 알아 ? 친구들이 부엌데기라고 놀릴
때면 눈에서 피눈물 났어. 변비에 생리통에 머리가 으스러지게 아파도 공
부했어. 보란 듯이 잘 살려구, 내 애만큼은 나처럼 키우지 않으려구 !
그녀는 다가오며 그를 조인다.
아내 ; 어서 영감님한테 전화해. 신선한 콩팥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리가 뱃
속에서 끄집어 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전화만 하면 돼.
그녀는 아기를 어르듯 그를 달랜다.
아내 ; 저 자식, 기생충이야. 그렇게 생각해. 우린 너무 많은 기생충들을 달고
있다구. 미국으로 날라 버리면 우린 깨끗한 몸으로 새로 출발할 수 있어.
당신과 나, 오붓하게 잘 살수 있다구. 우리 애기도 낳아야 할 거 아냐.
우리 딱 한번만 눈을 감으면 되는 거야. 이미 일은 시작 되었고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나 있을 거라구. 머라구~!! ... 병신... 이 병신아 !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는 이 병신아 !
그녀는 그에게 얼굴을 디밀고 악을 쓴다.
아내 ; 그래, 그럼 내가 해 줄께. 수면제를 탄 것도 나고 전화해서 데려가라
그런 것도 나고, 나같은 나쁜 년 때문에 그런 짓 했다고 나중에 발뻄이라
해라 이 나쁜 자식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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