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연극)소 중에서-개똥이 독백자유연기(유 치진 작)
(국서의 처 혼자 함지를 꿰맨다. 개똥이, 일하다가 집 뒤에서 나온다.)
[개똥이] 어머니!
그런데 어머니! 이것 봐! 저 우리 집 소 말이야. 그것 그만 팔아버리는 게 어때?
나쁘지 않지? 어머니, 틈을 타서 아버지에게 권해 봐, 어머니가
실상 말이지, 소를 두면 뭘 해? 이전과 같이 달구지면 세월이나 있구 간혹 가다가 연자방아 찧을 사람이나 있으면 모르지만은 요즘은 어디 그런 것조차 있나요.
아침, 저녁으로 토락크가 몇 차례씩 읍내로 뿡뿡 대구 그리고 여기저기에 기계방아가 생기구 해서 지금 세상에 소를 키운댔자 아무 잇속이 없어.
사람의 먹고 살기에도 어려운데 어디 콩이 있어 쇠여물은 쑤어 대?
헹, 소가 없으면 농사 못 짓나? 자기 소 멕이는 공력 가지구 남의 병작소 멕이지. 다른 집에선 그렇게들 해도 농사만 잘 지어 먹든데 뭐
생각해 봐요. 우리가 여기서 농사를 지어서 언제 허리를 펴. 우리두 어서 돈을 모아 규모 있게 살아 봐야지. 여봐란 듯이 살지는 못하더래도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해야 하지 않어? 그렇잖어, 어머니?
허이구~!! 이 멍텅구리 봐! 박면장 집 큰아들이 그러지 않았어? 부산 앞바다엔 고등어가 터졌다구. 굉장해. 항구에는 어떻게 돈이 풍성 거리는지. 그래 그 댁에선 얼마 안되는 밑천으로 벼락부자가 됐지. 불과 이태 동안에
그러니까! 아버지를 구슬려 보라구..!알겠지...
그래야 우리 엄마지. 말 잘해주 어머니.
(함지를 겨우 다 꿰매 가지고 퇴장)
(좋아서) 옳지! 어머니가 졸라대면 응당 아버지는 들으렷다.
소 팔아 돈만 쥐면 하루바삐 나는 뛰어야 해. 그래야 살지.
옳아, 가서 쇠여물이나 쑤어 주어야겠군. 흥정할 적에 한푼이라두 더 받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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