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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 평성군, 오늘은 어찌 밟힌 우거지상인가? 아, 내가 자네의 누이를, 나에겐 큰 어머니이 되시는 자네 누이를 범했다고 이러는 겐가? 그래 그 누이는 살았나? 죽었나? 이보게 내가 처용의 춤을 추지 않는가? 일어나 추시게.
평성군 박원종 이는 술만 연거푸 마신다.
(가면을 벗으며) 용서하시게. (술을 따라 주며) 용서하시게. (큰소리로) 용서해. 용서하라잖아.
분위기 험악해 진다. 박원종이 일어나 나간다.
연산 이 놈 박원종이! 거기 서. 정절이 무엇이라고 목을 메?! (처용가면을 발로 차며, 대신들에게) 너희들도 나가고 싶겠지? 나에게 군왕의 체통을 말하고 싶겠지? 내 아비 성종같이 성군이 되길 바라겠지? 그 성군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린 다더냐? 그것이 성군의 도란 말이냐? 저자거리 장사치들의 간사함만도 못하고, 무지렁이들의 비굴함만도 못한 것이 성군의 도란 것이다. 성군의 도! 하하하!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거칠 것이 없는 인간이란 말이다. 나는 너희들을 보면 속이 터져. 허세나 부리는 알량한 명분의 노예 같은 놈들! 사나이 세상 사는데 무에 거칠 것이 그리 많다더냐? 재고 따지고 가르지 말고, 체면이니 도리니 명분이니 하는 답답한 굴레를 다 벗어 던지고 이 한 세상 놀아 보자. (술을 마시며) 근심걱정 술로 다 태워 버리자. 놀아보자. 숨이 멈추면 니가 어디 있고 내가 어디 있겠냐? 한갓 썩어질 육체 밖에 더 되겠냐? 공길아!
공길과 희락원 우인들이 속곳차림의 여장을 하고, 손에는 꽃을 들고 나와 춤을 춘다. 연산이 박장대소한다. 연산이 일어나 박수를 친다. 대신들 따라 일어나 박수를 친다. 우인들 왕과 대신들에게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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