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중에서, 수사관
난 항상 피곤해요. 요 며칠 동안 통 잠을 못 잤다구요.
그놈의 잠복근무 때문이죠. 일선 수사관의 이런 고충을 시민들은 통 모를 걸요.
생각해 보세요. 요즘 같은 겨울 날씨에 밤새도록 골목길에 웅크리고 서서 피의자를 기다리
는 심정을 말예요. 분노가 치밀어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버러지 같은 학생 놈들 때문에 내가 이런 고생을 한다는 생각을 하면
그 자식들 모가지를 콱!
하여튼 나는 가슴속에 분노를 차곡차곡 챙기면서 놈을 기다립니다.
내 분노가 알맞게 무르익을 때쯤이면 놈이 나타나죠.
창백한 얼굴에 대개는 놈의 배때기를 걷어찹니다.
몇 번 더 그놈의 호박을 날린 다음 정신 못 차리는 사이에 영화에서 본 것처럼 맵시 있게
팔모가지를 비틀어서 수갑을 채웁니다.
그쯤이면 그놈의 호박 한 언저리에선 포도주가 흐르기 시작하죠. 유혈이 낭자하다 고나 할
까요. 이런 때면 난 머리 속에서 수십 개의 조명이 팍팍 터지는 것 같은 아찔한 쾌감을 느
껴요. 그런 쥐새끼 같은 놈들은 기선을 제압해야 돼요.
대체로 놈들은 연행에 순순히 응하지만 그래도 나는 앞서와 같은 절차를 꼭 밟습니다.
왜냐구요? 기선을 제압하는 게 중요하다니까요.
난 아주 와일드 해요.으슥한 골목 모퉁이에 도사리고서 날카로운 감시의 눈을 번득이고 있
노라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난 이 밤을 지키는 한 마리 고독한 늑대라고...아! 고문은 왜
하느냐고요? 어쩔 수 없어요. 시키는 걸 어떡해요.그 새끼들이 어지간히 지독해야지, 그런
놈들한텐 약도 없어요. 근데 말예요. 요즘은 경찰들이 고문을 하느냐는 거예요.
학교에서 국사선생이 그러는데 일제시대 때 왜놈들이 애국 지사들을 고문하던 잔재가 요즘
경찰에도 이어지고 있다나. 그 국사선생 한번 조사해 봐야겠어요.
그런 놈들은 물 좀 먹어야 돼. 명색이 교육자란 놈이 그런 부정적인 사고
나 학생들에게 전파하다니, 도대체 교육이 뭡니까. 예? 성 고문요? 짐승만도 못하다구요?
저 뭐야, 공안당국에서 발표한 거 뭐 그런 것두 안봤어요? 신성하고 거룩한 성마저 혁명투
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년들이 짐승만도 못하지, 뭐 내가... 그런 년들은 몽땅 잡아다 홀
딱 벗겨놓고... 저도 집에 가면 처자식이 있는 몸이예요.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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