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천년을 꿈꾼다 - 김태수 작
벌교댁 : (걸어가면서)으메, 워째 가을에 겨울 바람이다냐? 징허게 뚫고 들어와 버리네요 이. 무릎팍이 슁슁 뚫리는 거 봉께 뼉다구 진이 다 빠진 모냥이여. 잡 뼈라도 사다 푹― 과 먹여야 쓸 거인디, 물가는 올라버리고 장사는 안 돼버리고, 이런 걸 진창 위에 개골창 났다― 말할 것이여. 으메, 머리, 어깨, 무릎, 모가지, 팔, 다리여!
(이윽고 방문 앞에 다다라 문을 열며) 이방이여라우.
굳데 다문 입의 동혁이 방을 훑어보더니 먼저 들어간다.
전화기와 낡은 침대, 그리고 의자 두 개가 딸린 소 탁자가 전부이다.
(따라 들어오며) 긍게, 여그가 토일렛또! 즉 뒷간 이고라, 그라고!
(방 안 커튼을 젖히며) 보시오 이. 뒤에는 그 유명해버린 달마산이 병풍마냥 들어 앉아 있어라우. (그러면서 밖을 바라보다 갑자기 두 눈을 가리며) 으메, 눈부신 거! 밖에 불이 나버렸어야?
(가만히 눈 가린 손을 풀며 호들갑스럽게 웃는다) 으메, 나 또 속아버렸네요 이.
단풍이 워낙 빨개갖고 산에 불이 나버린 지 알았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당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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