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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연기학원
굿 닥터(닐 사이먼 作) - 작가
김세형실전연기사단
Date 2010-09-26 15:52:05 | Hit 404
굿 닥터(닐 사이먼 作) - 작가
반가워요. 마침 글을 쓰기가 좀 따분해서 누구랑 같이 얘기라도 했으면 하던 참인데. 여기가 바로 제 서재구요, 저는 매일같이 이 책상에 앉아서, 한 가지 생각에 골몰하고 있죠. 난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써야만 해! 이 서재는 널빤지를 하나 하나 끼워서 제가 직접 만들었는데, 엉망이죠? 제 책상을 구석에 놨는데, 하필이면 바로 이 위의 천장이 새서 비만 오면 물이 떨어지네요. 네, 그래요, 저도 책상을 옮기려고도 했지만, 책상 바닥에 또 구멍이 있지 뭡니까? 그뿐인가요, 집이 경사져 있어서 비가 심하게 올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아래쪽으로 밀려가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도 저는 여기가 마음에 들어요. 아주 행복해요. 물론 저를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니죠. 사실이지 사람들은 작가라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랑 만나길 싫어하는 거 같아요. 작가는 항상 소재를 찾느라 눈이 뻘건 줄 아는가 본데 사실 꼭 그렇진 않죠. 내 어머님마저도 절 대하기가 싫은지 아니면 방해가 될까 그런지, 소리도 없이 와서는 문 밖에다 음식을 두고 가죠. 그 덕분에 벌써 더운 음식 구경한 지 오래구요. 그동안 여기서 저는 꽤나 많은 글을 썼어요. 글쎄요, 너무 많이 쓴 게 아닌지 모르겠지만. 별 수 없죠. 난 작가니까 글을 쓰는 수밖에! 어떨 땐 '나 미친 거 아냐?'하고 느낄 때도 있어요. 무슨 얘긴가 하면, 누구랑 같이 앉아서 얘길 하다가도 갑자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질 않고, 움직이는 입만 보이는데, 나는 입으로 그저 '네. 그렇죠 아!' 하는 식으로 건성 대답만 하면서 머리 속에서는 '아, 이 친구는 이런 얘기에 등장하는 요런 인물로 쓰면 딱 맞겠구나.'하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는 곧 신바람 나게 얘기를 하나 씁니다. 그런데, 막상 그 얘기가 인쇄되어서 책으로 나와 버리면 그렇게 창피할 수가 없어요. 죄다 잘못 쓴거고, 완전한 실패작! 그런데 그걸 사람들은 열심히 읽어요. 그리고는 '아주 훌륭한 얘기로, 톨스토이의 정신을 훌륭히 계승하고 있는 작품' 이라는 둥, '투르케네프의 <아버지와 아들들>에 비교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라는 둥 가지가지로 평을 하죠. 보나마나 제가 죽으면 친구들이 무덤가에 와서 '여기 아무개가 잠들다. 아주 훌륭한 톨스토이의 정신을 계승한 작가였지만 투르게네프보다는 못했다!' 이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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